전라남도 강진군은 다산 정약용의 19년 유배지이자 다산초당으로 유명한데요. 삼국시대부터 14세기 고려 말까지는 자기(瓷器) 생산지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이런 역사를 증명하듯 강진에는 강진청자박물관이 있는데요. 고려시대 최고의 수출품 ‘고려청자’의 산실 강진군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고려 가마터에 세워진 강진청자박물관
강진청자박물관에 들어서면 독특한 정자가 맞이해줍니다. 청기와로 지붕을 얹은 정자입니다. 고려 의종 11년(1157) 개경의 별궁에 청자로 지은 정자 양이정(養怡亭)을 재현한 것이라고 하네요.
이곳에 청자박물관이 생긴 이유는 가마터때문인데요. 1913년 나카시마 요시시게라는 순사에 의해 청자편이 발견되면서, 대규모의 가마터가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이전에는 청자로 만든 기와의 존재 여부가 기록에서만 확인되었는데요. 1965년 사당리 일대의 발굴조사 결과 청자기와 파편이 다수 출토되어 그 사실이 증명되었습니다. 그것을 기념하여 박물관에 청자기와로 만든 정자가 들어선 것이죠.
그럼 이제 전시실로 들어가 볼까요? 먼저 기획전시실로 가봅니다.
기획전시실 “고려청자의 명문銘文과 강진 청자요지”
고려청자에 남아 있는 명문은 귀중한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습니다. 역사 기록이 많지 않은 고려시대를 살피는데 귀중한 단서가 되는 것은 물론 유물의 내역을 담기 때문이죠. 전국의 요지(가마터) 중에서 강진이 명문이 적힌 청자가 주로 확인되는 곳입니다.
청자에는 도장같은 도구를 이용해 찍은 ‘O’의 표식이 된 것이 있는데요. 이런 문양은 상류층 거주지에만 집중적으로 발견되고 있어 왕실 등 국가의 공납과 연관된 특별한 수요를 위한 표식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오른쪽에 있는 <청자상감지명잔>에 ‘지(地)’가 흑상감되어 있는데요. 이러한 유물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도교행사와 밀접한 것이라고 추측한다네요.
다음으로 2층 상설전시실로 올라가봅니다.
상설전시실
2층으로 올라가면 황토 돛단배가 보입니다. 남해바다 뱃길로 고려의 서울 개성을 비롯하여 세계로 청자를 실어 날랐을 배를 재현한 것인데, 그 시절의 모습이 실감나네요.
이 배는 2007년 충남태안 대섬 인근 해저에서 발굴된 청자 운반선의 구조를 1/4로 축소하여 추정 제작한 것입니다. 청자꾸러미 사이를 나무막대로 고정시키고 완충제로 짚을 넣어 안전한 운송을 위해 철저히 준비한 모습이 엿보이시죠?
개인적으로 상설전시실에서 가장 인상적인 전시물은 강진 청자 가마터 출토품 서랍장이었습니다. 가마터 이름을 붙인 서랍을 열면 그 지역의 출토품을 볼 수 있는데, 기발한 방식이라 해 보물찾기를 하듯 이 서랍 저 서랍을 열었다 닫았다 하기를 반복하게 만듭니다.
다시 1층으로 내려가면 특별전시실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특별전시실 "꽃과 청자”
청자는 물론이고 도자기에는 무늬가 없는 것도 있지만, 문양이 아름다운 것들이 있지요. 고려청자에 가장 많이 표현되는 것은 모란, 연꽃, 국화, 대나무, 매화라고 합니다. 꽃들마다 저마다 의미가 있다고 하는데요. 화려하고 풍성한 작약은 부귀화로 불리며 봄을 상징하는 문양으로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작약처럼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은 고려시대, 벼슬하는 집 정원마다 다투어 기를 정도로 사랑받은 꽃이라네요. 여름에는 청정과 진리의 표상인 연꽃이, 가을에는 군자의 고결한 덕과 높은 기상을 상징하는 국화가 사용되었습니다.
전시장을 나가면 왼편에 고려청자 가마터 2기가 있는데요. 이곳이 먼 옛날 고려청자를 만들었던 곳임을 눈으로 보여줍니다. 강진군에서는 1960년대 초부터 청자 가마터의 중요성과 그 발굴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노력을 기울인 끝에 1963년 청자가마터를 국가사적 제68호로 지정 받았습니다.
이제 관람을 마치고 강진청자박물관을 나섭니다. 이곳의 상징 조각인 <청자장인상>을 한 번 더 보고 갑니다. 고려청자의 대표적인 기형인 청자매병을 만들고 있는 도공의 모습으로 강진지역에서 채취한 점토를 사용하여 2010년 목포대학교 조형미술연구소에서 제작한 작품입니다.
고려청자는 흙을 다루는 장인의 손길에서 시작하여 1300°C의 높은 온도에서 예술성이 결정된다고 합니다. 도공 뒷편에 쌓인 매병들을 보니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내기까지 수없이 청자를 빚어낸 고려 도공의 장신정신이 전해지네요.
